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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청년층 목조르는 생리 빈곤. 직접 들어본 당사자 목소리

일본 청년층 목조르는 생리 빈곤. 직접 들어본 당사자 목소리

기사승인 2021. 03. 17.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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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도 토시마구가 15일부터 생리용품의 무상 배급을 시작했다. 사진=도쿄도 토시마구 공식 사이트
아시아투데이 정은혜 도쿄 통신원 = 최근 일본의 젊은 여성들에게 ‘생리 빈곤’층이 늘어나고 있다. ‘생리 빈곤’이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불황으로 생리용품 구입조차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설마 그것도 못 살 리가 있어?”하고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어서, 이미 일부 계층에겐 개인의 생활을 압박하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통신원의 지인 중에도 생리 빈곤 사례가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도쿄에서 음식점을 경영하는 나카야마 에리는 생리 빈곤층 중의 한명이다. 그는 졸업 후 요식업체에 근무하다가 3년 전 독립한 뒤 자영업을 시작했다. 나카야마는 작년 코로나19로 긴급사태가 선언되고 시간단축 영업제도가 시행되자 매출이 급감했다. 코로나19 이전 한 달 평균 130만엔(약 1400만원)까지 나오던 매출이 60% 이상 줄어들었다.

그는 “그동안 도시락영업을 하거나 배달 업체를 고용해 보기도 했지만 월세와 공과금, 인건비와 식자재 비용 등 비용을 합하면 매출액보다 많기도 했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 전에는 130만엔 매출의 10%가 순수익이었는데, 이제는 영업을 할수록 손해가 난다고 했다.

지난해 휴업만 3번을 하며 모아 놓은 적금을 생활비·인건비·월세에 썼지만 곧 한계에 다다랐다. 보조금은 신청했지만 아직 받지 못한 상황이다.

나카야마는 “너무 힘들어서 보조금 지원창구에 몇 번이나 연락했지만 결국 돌아오는 말은 순서대로 지급하고 있다는 대답뿐이었다. 상황이 다급한지라 매달 3000엔을 조금 넘는 정도(약 4만원)의 생리대와 생리통약을 사는 것조차 힘든 시기가 있었다.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돈을 식대로 돌리기도 했다. 하루 종일 교환하지 못하거나 흡수력이 좋은 다른 종이로 대체한 적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10일 산케이신문이 인용한 일본 젊은 여성들을 상대로 한 조사결과 보도에 따르면, 응답자 671명 가운데 20%가 지난 1년간 경제적 이유로 생리용품 사는 것이 어려웠던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6%는 돈이 없어 아예 사지 못한 일도 있다고 답변했다. 이 밖에 생리용품 교체 횟수를 줄인 일이 있다는 응답은 37%, 화장지 등으로 대체한 적이 있다는 답변은 27%에 달했다.

이 같은 젊은 층 생리 빈곤 현상이 여론조사를 통해 표면화되자 지방자치단체와 편의점 체인, 쇼핑몰 등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16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지자체 중 처음으로 도쿄도 도시마구와 효고현 아카이시시가 각각 생리용품 730세트(한 세트당 30개)를 무상 배급했다. 편의점 체인인 패밀리마트 역시 여성을 대상으로 생리용품을 3% 할인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일부 기업과 지자체에 한정돼 있다. 일본 정부와 후생노동성이 전국적으로 적용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생리 빈곤층은 일본 정부가 정치적 고려보다 국민생활을 우선시해서 보다 근본적인 판단을 내리길 바라고 있다. 나카야마는 “내가 사는 지역은 무상 지급을 하고 있지 않다. 정부가 전국적으로 적용해줬으면 좋겠다. 하루하루 버티기도 힘든 상황에서 희망 고문만 당하는 느낌”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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