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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치료실 떠나는 지친 간호사들’...심각한 간호인력 부족에 부딪힌 독일

‘집중치료실 떠나는 지친 간호사들’...심각한 간호인력 부족에 부딪힌 독일

기사승인 2021. 04. 1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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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치료병상
독일내 코로나19 대유행이 장기화되면서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전문간호인력의 퇴직률이 늘어나고 있다./출처=게티이미지뱅크
16년 경력의 집중치료 전문 간호사 사비네(40)는 독일 하이델베르크 인근의 폐 전문 클리닉 집중치료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두 아이의 엄마인 그녀에게 3교대로 일하는 집중치료실 간호사라는 직업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있던 그녀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이 일을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불규칙한 근무시간과 높은 업무 강도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던 그녀의 인내심이 지난 1년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저는 제 직업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직업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내 임무를 진심으로 사랑해왔습니다. 근무 시간이 불규칙하지만 남편은 최선을 다 해 나를 지지해줬고 아이들은 엄마가 없는 낮이나 밤, 주말에도 불평은커녕 ‘엄마는 지금 누군가의 소중한 생명을 지켜주고 있다’며 자랑스러워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코로나19로 인해 집중치료실이 과부하되면서 전 처음으로 퇴직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업무량은 폭증했고 집중치료인력이 환자 한 명에게 투자하는 시간은 줄어들었죠.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괴롭습니다”

독일 집중·응급의료협회는 10일(현지시간) “집중치료병상 점유율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역대 최대치로 올라섰다”고 밝혔다. 하지만 집중치료실의 간호인력은 오히려 줄어들면서 포화 현상은 더욱 심각한 상태로 치닫고 있다.

연방고용청에 따르면 독일에서 2020년 4월과 7월 사이에만 9000명 이상의 숙련된 간호사가 직장을 떠났다. 의료 및 간호직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에도 인력 감축 없이 오히려 수요가 증가한 거의 유일한 산업이지만 오히려 전문 인력이 떠나면서 심각한 인력부족을 겪고 있다. 고용청은 현재 근무중인 간호 인력과 요양전문간호인력을 각각 약 110만명, 61만5000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숙련된 간호인력이 사직하는 것과 동시에 향후 10년에서 12년 사이에 약 50만 명의 간호사가 은퇴 연령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돼 인력부족 문제는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더욱 심각해 질 것으로 보인다.

독일 간호 전문가 협회(Deutscher Berufsverband fur Pflegeberufe.DBfK)의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현직 간호사 중 32%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로 간호직을 포기하는 것에 대해 더 자주 생각한다고 답했다. 해당 응답자의 1/3은 집중치료실 혹은 코로나19 병동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레네 마이어 DBfK 부회장은 “지금 당장 힘든 시기를 버틴다 하더라도 사태가 안정된 후에 과도하게 쌓인 스트레스와 정신적·신체적 피로감이 한꺼번에 폭발해 더 큰 타격을 줄 수도 있다”며 숙련된 간호인력의 ‘퇴직 물결’이 코로나19 위기가 끝난 후에도 한 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사비네는 현재 상황으로 인한 심각한 ‘일과 생활의 불균형’ 역시 퇴직을 고려하는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근무 시간이 한계를 넘어서면서 나와 내 가족들의 일상도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근무 시간이 늘어나고 휴일에도 근무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간호사들의 배우자와 자녀들이 겪는 우울감과 피로도 역시 심각한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만약 내가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었을 때 감염병 대유행이 또 닥친다면, 다시 한 번 간호사로서 받을 그 스트레스를 견딜 수 없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아직 조금이라도 더 젊은 나이에 다른 업무 경력을 쌓아야 한다는 압박감 역시 지금 제가 집중치료실을 떠나는 것을 고민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DBfK는 현재 독일 내에서 최소 4만~8만명의 간호인력이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보고 외국인 인력을 확보해 격차를 최소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대유행으로 빠른 시일 내에 인력을 충원하는 것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간호인력의 현재 평균 임금을 높이는 방안과 더불어 자격을 갖춘 전문 간호인력에 대해 전문의 관리 승인 없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확대하는 등 처우 개선방안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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