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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범 칼럼] 여성 징병제와 ‘이대남’ 마음 달래기

[전인범 칼럼] 여성 징병제와 ‘이대남’ 마음 달래기

기사승인 2021. 05. 06.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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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전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
현 특수·지상작전 연구회 고문
남자 부족하거나 여권신장 위해 여성 징병제 도입
전투병과 배치부터 판단...'여성 징병제 정치화' 안 돼
전인범 장군 1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전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
1945년 4월 15일 이스라엘이 독립할 당시 인구는 80만명이 조금 넘었다. 주변의 아랍 국가들은 인구 1억명이 넘었다. 이스라엘은 건국과 동시에 이집트와 시리아, 이라크, 그리고 레바논의 연합군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이때부터 이스라엘은 남녀노소 모두 군인이 됐다. 1945년 독립전쟁 이후 이스라엘은 남자 3년, 여자는 2년간 군 복무를 한다. 고교 졸업 후 대부분이 입대하며 남자 85%, 여자 65%가 현역으로 복무한다.

이스라엘의 현역 제외자는 신체와 정신적 이상자, 또는 유대교 근본주의자들이다. 축구를 잘하거나 올림픽에서 금메달 땄다고 열외시켜 주지 않는다. 심지어 자폐증이 있는 사람도 군에 입대한다. 자폐증이 있는 사람들이 위성사진 판독에 남다른 집중력이 있어 활용하기 위함이다. 다만 여성들은 결혼을 하거나 임신을 하면 면제된다. 가정을 지키는 것이 나라를 지키는 것과 똑같이 중요하다.

남자 부족하거나 여권신장 위해 여성 징집

이스라엘 군인의 기본급은 월 16만원 정도다. 전투병은 50만원, 전투지원병은 40만원, 행정병은 25만원 정도 받는다. 전역할 때 800만원 목돈을 주지만 학비와 집세에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사용처를 제한한다. 군인을 직업으로 하면 초봉이 800만원선이다. 남녀 군인의 생활관과 목욕탕, 화장실은 구분하고 있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만남이 많아 이스라엘 부부 3분의 1이 군에서 배우자를 만난다. 다만 19~20살 어린 남녀가 근무하다 보니 남녀 교제로 문제가 많다. 계급이나 지위를 가진 사람이 아랫 사람을 괴롭히거나 유혹하면 강력한 처벌이 뒤따른다. 동료 간의 교제는 통제하지 않는다. 하지만 같은 대대급 부대에서의 교제는 금한다.

이스라엘을 비롯해 여자들이 의무복무를 하는 나라는 많다. 북한을 비롯해 노르웨이와 스웨덴, 볼리비아, 챠드, 에리트리아, 모잠비크 등이다. 남자가 부족하거나 여권 신장을 위해 여성을 징집하고 있다. 여권 신장을 위해 징집할 때는 여권 신장의 개념부터 사회 전체가 격렬한 논의 과정을 거쳐 합의를 이뤄야 한다. 여기에 더해 여성을 전투병과에 보직시킬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다. 한국은 전투병과에 여군들이 근무하고 있다. 보병은 물론이고 전차와 야전포병, 공병과 통신 병과에 보직돼 있다. 미국 여군이 보직되지 않는 직책에도 가 있다. 반면 이스라엘은 군사 정보와 사이버, 컴퓨터, 감시 요원, 군수, 행정, 방공포병, 통신, 의무에 여군이 많이 배치된다. 군사정보 병과의 56%가 여군이다. 여군들이 물리력(근육)을 쓰는 직책보다는 두뇌와 집중력을 요구하는 업무를 주고 있다.

전투병과 배치부터 판단...‘여성 징병제 정치화’ 안 돼

한국은 인구가 줄어 군사력 규모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첨단 장비를 들여와도 운영하고 정비·유지하는 것을 고려하면 병력을 줄이는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 모병제로 바꾸고자 하지만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지 못할 수 있다. 여성들의 의무복무를 진지하게 연구해야 하는 단계에 왔다. 첫째, 한국의 적정 군 규모는 얼마인가. 둘째, 이 규모를 남자만으로 또는 남자 징집과 여자 지원(현행)의 형태, 또는 모병제로 유지할 수 있는가. 셋째, 유지할 수 없다면 여성들의 징집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다. 이 과정을 거친 후에 여성들의 의무 복무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전투병과에 여성들을 배치할 것인가부터 판단해야 한다.

반면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여성들의 의무복무를 정치화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20대 남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여성들을 군 복무 시키자는 얘기를 하는 것을 말한다. 여성들을 군 복무 시켜서 남자들의 표심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발상 자체가 의아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런 관점에서 출발하면 군의 전투력이 향상되기는커녕 오히려 전투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다. 20대 남자의 표심을 잡고 싶으면 징집된 장정들을 남의 집 귀한 자식으로 여기는 마음과 이들을 맡겨준 국민에 대한 무한 책임을 갖는 것이다. 고귀한 군 복무를 하려고 들어 온 것이지 머슴살이 하려고 들어온 것이 아니라는 인식부터 가져야 20대 남성들의 불만을 개선할 수 있다. 먹는 것이나 안보를 갖고 장난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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