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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비경 품은 계곡, 산새 재잘거리는 숲...조무락골

[여행] 비경 품은 계곡, 산새 재잘거리는 숲...조무락골

기사승인 2021. 06. 2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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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조무락골
조무락골의 백미로 꼽히는 복호동폭포. 30m 남짓한 암벽을 타고 물줄기가 3단으로 떨어진다./ 김성환 기자
가평 글·사진 김성환 기자 = 여름에는 숲 그늘 짙은 한갓진 계곡도 좋다. 계곡에서는 안락함이 느껴진다. 산과 나무에 에워싸인 고즈넉한 분위기가 사위가 트인 해변과 사뭇 다르다. 계곡수에 발을 담그고 물소리, 새소리를 벗 삼으면 더위가 잊히고 시름까지 덜어진다. 경기도 가평 북면의 조무락골(조무락계곡)은 일상을 잠깐 잊고 머리를 식히려는 이들에게 한나절 여행지로 어울린다. 주변의 이름난 계곡에 비해 덜 붐비고 크고 작은 폭포, 소와 담이 이어져 눈이 즐겁다.

가평은 여행지로서 팔망미인이다. 청평호나 북한강은 수상레포츠의 중심이다. 호수와 강을 끼고 들어앉은 펜션이나 캠핑장도 수두룩하다. 그런데 산도 많다. 가평의 80%가 산지다. 강원도 화천과 연결되는 국도75호선을 따라 가평천을 거슬러 오르면 칼봉산, 연인산, 명지산, 화악산, 석룡산 등 해발 1000m급 준봉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산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평은 수도권 주말산행지로 잘 알려졌다. 단풍 화려한 가을에는 더 인기다.

여행/ 조무락골
조무락골 하류에서 상류까지 크고 작은 폭포, 소와 담이 끝없이 이어진다. 곳곳에 비경이 숨어있다./ 김성환 기자
여행/ 조무락골
석룡산을 타고 6km를 굽이치는 조무락골/ 김성환 기자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깊은 골짜기에는 물이 많고 물이 많은 계곡은 운치가 있다. 가평에도 이름난 계곡이 많다. 연인산과 칼봉산 사이의 용추계곡은 용이 승천하며 만든 9곳의 비경을 간직하고 있어 ‘용추구곡’으로도 불린다. 명지계곡은 명지산에서 가장 빼어난 절경으로 꼽힐 만큼 풍경이 빼어나다. 조무락골 역시 들머리에서부터 상류까지 곳곳에 비경을 숨기고 있다. 물이 많은 계곡을 품은 산은 여름 산행에도 괜찮다.

조무락골은 눈과 귀가 호강하는 계곡이다. 석룡산(1155m)을 타고 6km나 굽이치는데 눈을 돌릴 때마다 입이 벌어진다. 옛사람들은 구불구불 이어지는 바위 계곡이 용(龍)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산이 용을 품었다고 봤다. 그래서 산에다 ‘석룡’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안내판에는 “계곡 전체가 하나의 바위로 이뤄져 있고 물길에 잘 다듬어진 모습과 흰 물결이 굽이치며 떨어지는 계곡이 마치 용과 같다고 (석룡산으로) 불려지고 있다”고 적혀있다. 바위가 많아 풍경도 기묘하다. 계곡수가 큰 바위를 타고 넘거나 암벽에서 떨어지면 폭포가 된다. 또 다른 바위에 막히면 소와 담이 된다. 상류로 갈수록 눈이 놀랄 풍경이 꼬리를 문다.

여행/ 조무락골
조무락골은 숲도 좋다. 침엽수와 활엽수가 어우러지고 야생화가 여백을 메운다. 상류에서는 스마트폰이 먹통이 된다./ 김성환 기자

백미는 복호동폭포다. 물줄기가 30m 남짓한 암벽을 타고 3단으로 떨어진다. 웅장한 규모는 아니지만 우아한 멋이 넘친다. 비가 온 후 폭포수는 물보라를 일으키며 떨어진다. 산이 깊은 덕에 가물어도 잘 마르지 않는단다. 폭포 주변도 신비하다. 공기가 서늘하고 숲이 울창하다. 바위에는 이끼가 초록 융단처럼 깔렸다. 인공의 것이 느껴지지 않는 태고의 공간이 여기 있었다.

조무락골에선 귀도 즐겁다. ‘조무락’은 산새들이 ‘조무락거린다’고 할 때의 조무락이다. ‘재잘거린다’는 뜻이란다. 한자로 ‘조무락(鳥舞樂)’이라고도 쓴다. 새들이 춤추며 즐거워한다는 의미다. 산새들이 종일 노래를 부르며 놀 만큼 숲이 우거졌다. 한낮에도 볕이 뚫지 못한다. 또 싱싱하다. 침엽수와 활엽수가 어우러지고 하얀 초롱꽃 아래에 붉은 뱀딸기가 고개를 내민다. 깨끗한 토양에서 자라는 식물인 관중도 지천이다. 나무와 돌과 이끼가 뒤엉킨 덤불은 제주도의 곶자왈을 닮았다. 싱싱하고 울창한 숲에서는 새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리는 법이다. 비가 온 후에는 새소리보다 물소리가 더 크다. 걷는 내내 끊기지 않는다. 먹먹한 가슴이 후련해지는 소리다.

여행/ 조무락골
조무락골은 숲도 좋다. 침엽수와 활엽수가 어우러지고 야생화가 여백을 메운다./ 김성환 기자
조무락골에서 눈이 열리고 귀가 트이는 이유가 있다. 조무락골산장을 지나면 스마트폰이 안 터진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잊게 된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할 일이 참 많아진다. 함께 걷는 사람과 일상을 얘기할 시간이 생기고 지난날을 게워내 곱씹을 여유도 갖게 된다. 풀 한 포기, 돌멩이 하나도 허투루 보지 않게 된다. 호랑이 얼굴을 닮았다는 독바위도 보인다. 숲에 주의를 기울이면 작은 벌레소리, 스치는 바람소리에도 몸이 반응을 한다. 스마트폰이 먹통이 되니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여행/ 조무락골
조무락골에서 만난 초롱꽃/ 김성환 기자
조무락골은 어떻게 찾아갈까. 명지산 익근리주차장에서 국도75호선을 따라 화천방향으로 약 15분을 가면 적목리 삼팔교가 나온다. 여기서부터 계곡이 시작된다. 삼팔교에서 조무락산장을 거쳐 복호동폭포까지 약 3km로 1~2시간 걸린다. 조무락산장이 딱 중간지점이다. 조무락골산장 주인은 “오는 사람만 오는 곳”이라며 “요즘은 주말에도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했다. 숲과 계곡을 즐기겠다면 이 구간이 적당하다. 석룡산은 산세가 웅장해도 등산로가 완만하다. 삼팔교에서 조무락골산장까지는 제법 넓은 길이 이어진다. 이후부터 길은 조붓한 오솔길 구간을 지나고 계곡도 건넌다. 옛날 화전민이 만들었다는 길은 지루할 틈이 없다. 본격 산행에 나선 사람들은 복호동폭포에서 석룡산 정상까지 내쳐 오른다. 복호동폭포에서 석룡산 정상까지는 약 3km로 역시 1~2시간 걸린다.

요즘 조무락골 들머리는 부산스럽다. 약 200m 걸쳐 나무 덱 보행로 설치작업이 한창이다. “이달 말에 끝날 예정”이라는 것이 가평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가평군은 이름난 계곡과 하천의 탐방로를 정비하는 ‘청정계곡정비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상인들이 계곡 한쪽으로 평상을 놓고 손님을 받았다. 이런 거를 정비하겠다는 얘기다. 어쨌든 작업구간만 지나면 고요한 숲길과 청정한 계곡이 펼쳐진다.

여행/ 적목용소
승천하던 용(龍)이 떨어졌다는 적목용소/ 김성환 기자
여행/ 적목리 공동생활유적
적목리 공동생활유적/ 김성환 기자
조무락골에서 적목용소가 가깝다. 크고 작은 소를 만들며 2단으로 떨어지는 폭포가 볼만하다. 가장 아래의 소는 수심이 어찌나 깊은지 시퍼렇다. 삼팔교에서 화천방향으로 5분쯤 가면 왼쪽으로 보인다. 다리가 계곡을 가로질러 놓여 있고 주차장도 마련돼 있어 찾기가 쉽다. 용이 살았다는 이야기를 걸친 용소(龍沼)는 전국에 많다. 가평에도 북면 도대리와 적목리에 각각 있다. 적목용소는 적목리에 있는 용소다. 용에 얽힌 이야기는 이렇다. 용이 승천하다가 어느 여인에게 발견되자 이곳에 떨어졌단다. 규모가 크지 않지만 사계절 내내 맑은 물이 흐른다. 여름에도 서늘한 느낌이 들 만큼 운치가 있다. 적목 용소에서 무주채폭포까지 걷기도 한다. 암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장쾌하다. 무주채폭포는 과거에 무관들이 나물을 안주 삼아 술잔을 나누고 흥에 겨워 춤추던 곳이다. 주변 숲도 울창하다. 다만 이곳 역시 탐방로 정비작업이 한창이라 이달 말에나 출입이 가능하다.

적목리 공동생활유적은 볕을 피해 잠깐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적목 용소 부근에 2곳이 있다. 일제강점기에 인근 주민들이 강제징용이나 종교탄압 등을 피해 산기슭 곳곳에 반지하식 움집을 짓고 공동생활 하던 곳이다. 가옥터와 교회터 등이 남아있다. 도로 옆이지만 사위가 고요하고 숲이 울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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