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대홍수 1년…책임물을 곳 없어 ‘보상 하세월’

기사승인 2021. 07.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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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주체 없어 피해보상 규모 영향 받을 수도
피해 1년 간 수해원인 논란 속 보상은 '하세월'
보상액 결정하는 환경분쟁조정위 신뢰성 의구심
정운천 의원 "하상 준설 등 항구적 홍수 안정망 확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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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전라남도 구례군 양정마을 피해 농장 주민이 무더위 속 휴식을 취하고 있다./사진 = 권한일 기자
사상 초유의 섬진강 대홍수 발생 1년 만에 원인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책임 주체를 특정하지 않은 애매모호한 결론에 주민과 지자체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수해 원인 조사협의회가 이례적으로 쏟아진 폭우와 섬진강댐 용량·하천 관리 등 복합적 요인을 피해 원인으로 지목한 데 대해 주민들은 정부 부처의 책임 회피용 결론이자 맹탕 보고서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민대표들은 지난 2일 조사협의회가 내놓은 중간보고서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한국수자원공사가 홍수 피해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고 명시했던 표현이 사라진 것에 반발하는 모습이다. 일부 전문가들도 이번 결론이 의아하다는 입장을 내놓는 등 당분간 이번 보고서와 관련된 정부 부처와 주민 간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28일 피해 주민 상당수는 이번 결과가 혹여나 다음 달 접수 예정인 환경분쟁조정신청에서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해 보상액이 줄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피해 조정신청을 마친 현지 주민 김 모 씨(57)는 “사무실과 집 대부분을 자비를 들여 복구했고 추후 진행될 실손 피해 보상(조정신청)에 희망을 걸고 있었는데 그 기준이 될 수 있는 원인조사가 자연재해 쪽으로 나와서 심히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앞서 26일 수해 원인 조사협의회는 ‘최종 결과 보고서’에서 댐 관리 주체인 환경부와 수탁관리자인 한국수자원공사가 이상기후 등 여건 변화에 따라 홍수기 제한 수위 등 댐 관리 규정 변경 노력이 부족했고 댐 홍수 조절을 위한 지침도 미흡했지만, 규정을 준수했으므로 ‘인재(人災)’가 아니라고 결론 지었다.

협의회는 구체적으로 △섬진강댐의 적은 홍수 조절 용량(3000만㎥) △기후 변화를 반영하지 않은 홍수 방어 계획 △방류 통보 절차와 시기 △인근 지방 하천 정비 및 관리 소홀 △이례적인 폭우 등을 포괄 원인으로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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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전라남도 구례군 구례읍 사무소에 마련된 환경분쟁조정신청 창구에서 주민들이 피해 보상 신청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사진 = 권한일 기자
댐 관리 부실을 직접적 요인으로 주장해온 피해 주민들은 이번 보고서에 대해 수자원공사·홍수통제소 등 기관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모호한 결론이라고 혹평했다. 특히 홍수 전 댐 방류 조치 미흡과 폭우가 내린 이틀 사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린 방류량이 홍수에 직접적인 요인이 됐다는 증거들을 내세워 최종 결론의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박영기 전북대 토목과 교수는 “댐 사전방류를 하지 않은 것이 가장 문제였다. 2018년부터 홍수기 제한 수위가 높아졌고 이는 그해부터 환경부의 물관리 일원화 사업이 시작돼 ‘홍수기 말에 댐 물을 채워 수질 개선과 각종 용수에 활용’하라는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섬진강댐 수해 피해 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관리 주체가 환경부인 만큼 수해 원인 조사협의회 결론도 환경부와 관련 기관에 유리하게 그려졌을 것이라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원인조사 결과 수해 책임이 분명히 나오지 않은 탓에 보상 범위와 시기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민 강 모 씨(48)는 “이번 신청에 만족할 만한 손해 금액이 포함되지 않아 가뜩이나 속상한데 이마저도 언제, 얼마나 나올지 걱정이다. 정확한 피해 확인과 보상에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과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다급한 생계유지를 위해 은행과 지인에게서 목돈을 빌려 생활하는가 하면 수해 충격과 복구 작업 후유증으로 인해 우울증약으로 버티는 주민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7평 남짓의 컨테이너에서 한겨울 추위를 버틴 데 이어 한여름 찜통더위를 견디고 있다.

피해 보상과 대책 마련에 일부 현역 의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정운천 의원(국민의힘)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2021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 섬진강 유역 수해 방지 대책으로 △섬진강 하상(河床) 2m 수준 준설 △홍수기 섬진강댐 담수율 30% 이내 유지 △섬진강 유역 전담 환경청 신설 등을 요구했다.

정 의원은 “4대강이 잘 관리되고 있는 것처럼 섬진강 유역도 하상 준설과 담수율 등을 통해 항구적인 홍수 안전망을 확보해야 한다”며 “섬진강 전담 환경청 신설이 이를 효과적으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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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발생한 섬진강 홍수로 침수된 양정마을회관 모습/제공 = 양정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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