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칼럼] 낙하산 논란 ‘뉴딜 펀드’, 만들지 말았어야

[칼럼] 낙하산 논란 ‘뉴딜 펀드’, 만들지 말았어야

기사승인 2021. 09. 06. 18:24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김이석(논설심의실장)
논설심의실장
20조원을 조성키로 한 소위 한국판 뉴딜 펀드의 운용 책임자로 황현선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내정함에 따라 정치권과 금융권에서 ‘낙하산’ 논란이 뜨겁다. 야당은 국정감사에서 진상을 철저히 따지겠다며 벼르고 있고, 금융권은 고도의 전문성과 경력이 요구되는 자리인데 문외한을 임명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낙하산 인사는 없을 것’이라던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도 소환되어 비판받고 있다.

사실 ‘한국형 뉴딜 펀드’라는 작명에는 대공황 때 루스벨트 대통령이 뉴딜 정책을 펼쳐서 대공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는 ‘잘못된’ 통념에 따라 그런 펀드가 우리 경제를 현재의 침체로부터 건져낼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그러나 1여 년 전 아시아투데이 칼럼(‘홍 부총리님, 모겐소 장관의 고백을 아시나요’ 2020.6.23.자)에서 지적했듯이 당시 모겐소 재무부장관의 고백처럼 뉴딜 정책은 현재 정부의 정책들이 그러하듯이 가계와 정부의 빚만 늘렸을 뿐이다.

이왕 만들어진 펀드이기에 되도록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운용책임자가 와서, 그리고 이왕이면 행운을 몰고 다니는 인사가 와서 전문성으로 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예측을 잘해서 이 펀드가 성공적으로 운용되었으면 좋겠다. 낙하산 인사는 그런 국민의 바람을 거스른 것으로 볼 수 있기에 더 심하게 비판을 받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펀드는 애초에 만들지 않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사실도 강조될 필요가 있다. 왜 그런지는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의 “문 대통령도 가입 못한 ‘국민참여 뉴딜펀드’…7일 만에 완판 비결은”(2021.04.08.)에 은연중 드러나 있다. 하루 만에 완판된 비결은 뉴딜 펀드에 투자한 일반투자자들은 그들이 투자한 사모펀드의 수익률이 최대 -21.5%가 되더라도 원금을 보장 받기 때문이다. 총 투자금액 2000억원 중 정부가 400억원, 자산운용사가 30억원 등 총 430억원을 후순위로 투자하므로 손실이 나면 후순위 투자부터 감액하게 돼 있다.

이게 무슨 문제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투자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수요자가 예상보다 적어서 마이너스 20%에 가까운 손실을 보더라도 그 손실을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주면서 계속 사업을 하도록 해주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금융상품은 그런 특혜를 받지 못한 펀드의 자금모집을 어렵게 해서 그런 특혜 없이도 충분한 수익률을 내었을 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하도록 만든다.

시장에서의 특정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은 그것을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가격에 나를 구매해서 지불한 가격보다 더 큰 만족을 누리는 사람들이 이미 있습니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나를 구매할 생각을 하지 마세요!” 시장이자율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이 이자율보다 더 수익률을 낼 수 있는 분만 빌려가서 투자하라”고 말하고 있다(물론 이자율의 이런 기능은 현대에 와서 상당 부분 손상되고 있지만).

그런데 한국판 뉴딜 펀드의 완판 비밀은 바로 이런 이자율의 기본적 기능을 허무는 데 있다. 손실을 볼 가능성을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주는 것은 그래서 부실한 투자를 부를 가능성이 많다. 이런 부실한 투자로 희소한 자원이 실제로는 이윤을 내지 못하면서도 투자가 계속되는 곳으로 흘러들어가게 만드는 것은 경제를 회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쇠퇴시킬 것이다.

과거 크게 번영을 누렸던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는 두 가지 용서받지 못할 죄, ‘페카토 모르탈레’가 있었다고 한다. 하나는 공직자가 예산을 낭비하는 죄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가들이 이윤을 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본 이유는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여러 공국들이 경쟁하고 있었는데 그런 두 가지 범죄를 범하면 그 국가가 쇠퇴하고 결국 망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기사 의견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