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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서 ‘안락사·죽을 권리’ 승인…카톨릭 성지 한복판서 논란 재점화

伊서 ‘안락사·죽을 권리’ 승인…카톨릭 성지 한복판서 논란 재점화

기사승인 2021. 11. 24.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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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를 위해 스위스로 갔던 104세 호주 저명 생태학자 데이비드 구달 박사. /로이터 연합
인간에게 ‘살 권리’가 있다면 ‘죽을 권리’도 있다. 안락사를 옹호하는 측에서 제시하는 논리다. 서서히 번지는 ‘안락사 합법화’ 추세 속에 가톨릭 성지로 꼽히는 이탈리아에서마저 죽을 권리를 인정하는 첫 사례가 나와 주목된다.

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ANSA통신·OI캐내디언 등 매체에 따르면 이탈리아 중부 마르케주 보건당국 윤리위원회는 11년 전 교통사고로 전신이 마비된 환자의 ‘조력자살’ 이른바 안락사를 전격 승인했다.

죽을 권리가 살 권리만큼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시민단체 ‘루카 코쉬오니’는 이날 승인 직후 “이탈리아 최초의 안락사 사례가 될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2019년 헌법재판소 결정이 내려진 이후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의료 조력자살 허가를 받은 환자는 지난 10년 동안 침대에서 움직이지 못한 채 누워만 있었던 43세 남성이다. 그는 ANSA통신을 통해 “더는 삶의 의미가 없었는데 비로소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다”며 “모든 긴장에서 자유로워졌다. 누구도 내게 이런 삶을 강요할 수 없다. 나는 지쳐있고 자유롭고 싶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탈리아 법은 타인의 극단적 선택을 돕거나 방조하면 최장 12년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그동안 안락사를 원하는 이탈리아인은 스위스로 건너나야 했다. 이 숫자가 한해 약 50여명으로 추산된다.

이번 승인은 거센 논란에 불을 지필 전망이다. 유럽에서는 스위스 외에 네덜란드·벨기에 등이 안락사를 합법화했고 가장 최근에는 스페인이 합류했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가톨릭 본산이자 중심축인 나라라는 점에서 다르다. 일종의 상징성을 갖기 때문이다.

일단 안락사를 바라보는 이탈리아 내 사회 분위기는 많이 바뀌었다. 앞서 루키 코쉬오니 단체가 추진한 안락사 합법화 서명에 100만명 이상이 동참했다. 서명을 시작한 지 두 달 만의 성과로 2013년 7만명에 불과했던 서명자 수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 명부는 대법원을 거쳐 내년 봄쯤 국민투표에 부쳐질 예정이다.

그래도 전체 국민 여론은 가늠하기 어렵다. 첫 승인 사례에서 보듯 사법부는 점차 안락사에 전향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지만 이탈리아 특유의 보수적인 가톨릭 신자를 중심으로 반대하는 이들이 많아서다.

이탈리아 가톨릭 교계는 “타인의 죽음을 돕는 게 동정심의 표현이 될 수 없다”며 여론 단속에 나섰다. 이탈리아주교회의(CEI)는 지난 9월말 성명을 통해 안락사 국민투표가 ‘심각한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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