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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공정함에 대해

[칼럼] 공정함에 대해

기사승인 2022. 05.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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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우리 사회에서 요즈음처럼 공정함에 대한 인식이 높았던 적도 없는 것 같다. 공정함은 반드시 추구해야 하는 선으로 받아들여져 공정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모든 언어나 행위는 비난의 대상이 된다. 이렇게 우리 사회에서 중요시 하는 공정함이란 무엇인가 생각을 해보자.

공정함은 민주사회에서 개인이 가진 권리와 의무의 면에서 정의를 할 수 있다. 공정함은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출발점에 서 있지는 않으니 공정함은 이를 고려하여 같은 것은 같게, 그리고 다른 것은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만일 이런 선택적 차별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는 공정함을 어기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 간의 차이를 감안하여 차별을 인정한다는 것은 상당히 복잡한 문제를 불러온다.

조지 오웰의 유명한 소설인 ‘동물 농장’에는 유명한 문장이 있다. “모든 동물들은 동등한데 어떤 동물들은 좀 더 동등하다”는 문장이다. 이 문장에서 동등하다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여기의 동등함과 공정함은 유사한 의미를 가진 것으로 간주된다. 그런데 좀 더 동등함이란 무슨 의미인가? 이 문장이 등장한 장면에서 동물들 중에 지배층인 돼지는 다른 동물들에 비해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었고 그런 특별 대우를 합리화하는 것이 이 문장의 목적이다. 그러나 공정함이 선택적 차별을 허용한다는 것이 이 문장에서처럼 특권층에 대한 특별대우를 합리화하지는 않는다.

정치적인 문맥에서 공정함이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의미한다면 경제적인 의미에서 공정함은 개인의 행위에 대한 보상의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다. 어떤 개인의 행위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때 그런 행위는 그 영향의 차기에 따라 보상을 받는다. 만일 어떤 사람이 재화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고 다른 사람들이 그가 생산한 재화를 구매한다면 그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하고 여기서 공정한 보상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생겨난다.

사람들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 일어나는 가장 표준적인 상황이 노동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직업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그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노동시장이 과연 공정한 보상 체계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표시하는 경우가 많고 노동쟁의는 대부분 그런 의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충돌이다.

하버드대 교수인 마이크 샌델은 최근 저서인 ‘공정하다는 착각’(원제는 ‘Tyranny of Merit’(2021))에서 능력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그에 의하면 시장 경제 체계 아래의 능력주의는 효율성이라는 긍정적 특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승자에게 성공이 모두 자신의 우수성으로 인한다는 생각을, 그리고 패자에게는 실패가 전적으로 자신의 태만이나 부족함 때문이라는 생각을 강요한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패자들에게 분노를 불러일으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주장의 배후에는 능력주의가 결국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이 숨어 있다고 생각된다,

샌델이 특히 문제 삼은 부분은 부유한 집안 자식들이 그들의 부모 덕에 좋은 학교를 가고 그 덕에 많은 월급을 받는데 이렇게 부모 덕에 성공한 사람들이 그 모든 것을 자신의 우수성 때문이라 생각하는 것도 문제라고 주장한다. 물론 좋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쉽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것이 승자가 그들의 성공을 모두 자신의 우수성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생겨나는 결과는 아니다.

무엇보다 능력주의가 공정하지 않다는 주장이 집안 배경이 사람들의 성공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에 어떤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그런 주장은 거의 가치가 없다고 여겨진다. 그런 주장으로 사람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기 보다는 안 좋은 배경을 가진 사람들도 보다 좋은 성공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사회의 제도를 개선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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