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최성록의 유통피아]반도체·자동차의 위대함? 라면·과자의 경이로움!

[최성록의 유통피아]반도체·자동차의 위대함? 라면·과자의 경이로움!

기사승인 2022. 05. 27. 06: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맛으로 세계 진출한 식음료 회사들, 국가 경제에 힘
K푸드로 또 다른 신화 써내려가는 기업들 응원해야
최성록 기자
2020061501010010862
최성록 생활과학부장
최성록의-유통pia (1)
# “도대체 잘 쓴 기사는 뭔가요. 정말 미치겠어요. 글 잘쓰려면 3다(多)...다독(많이 읽고), 다작(많이 쓰고), 다상량(많이 생각) 하라잖아요. 출퇴근 시간에 신문 읽고, 하루 종일 남는 시간에 필사(筆寫)를 하는데도 사람들의 맘에 드는 기사가 뭔지 알 수가 없어요. 기준이 뭡니까. 답 좀 알려주세요.”

10년도 더 된 일이다. 지금은 기자를 하지 않는 후배가 술에 취해서 나를 붙잡고 했던 말이었다. 아니, 내가 선배 기자를 붙잡고 했던 물음이었던가. 어쩌면 그 둘 모두에게 해당되는 사건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그는 공부를 잘했다. 부모님 말씀도 잘 들었고, 선생님께 늘 예쁨을 받았다. 별다른 좌절도 없었다. 정석(定石)대로 살아온 인생…그는 인생의 화룡정점으로 ‘기자’라는 직업을 택했다. 글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초등학교부터 그의 미래 직업은 단 한 번도 기자가 아닌 적이 없었다. 전공은 신문방송학, 부전공은 국문학으로 무장했다.

하지만 그는 기자에 입문하면서 인생 최대의 난관에 부딪쳤다.

가장 큰 어려움은 ‘기사(記事)’였다. 그가 살아온 인생에는 늘 답이 있었다. 그 답을 좇으면 주위에서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기사에 정답은 없다. 물론 중학교 2학년생도 읽을 수 있고, 비문 없는 기사가 좋은 기사라고는 하지만 정답은 아니다.

글은 극히 주관적이다. A선배에게는 칭찬받았던 기사지만, B선배에게는 쌍욕을 들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 같은 기업인을 놓고 사회부 또는 연애부가 쓰는 기사는 천지차이다. 수천번의 시행착오와 사고, 선배와 데스크들의 갈굼 등을 통해 그나마 정답에 가깝다고 생각되는 기사를 써 내려가는 수밖에 없다.

정답을 좇으며 살았던 인생. 공교롭게도 그는 정답이 모호한 세계에 들어왔다가 상처만 받고 떠났다.

# 맛도 주관적이다. 맵고, 짜고, 달고, 쓰고, 시고 표현을 할 수는 있지만 ‘맛있다’를 표현하고 결론내리기는 어렵다. 물론 내가 좋아하면 다른 사람도 대부분 좋아하기는 한다. 그럼에도 ‘맛’의 기준은 정말 제각각이다. 그래서 맛의 기준은 지구의 인구와도 같은 60억개라고 말할 수 있다.

성공한 식당, 성공한 식품회사의 공통점은 ‘맛’이 전부다. 경영전략, 마케팅, 영업은 부수적인 요인이다. 아무리 돈을 쏟아 부어도 맛이 없으면 실패한다는 점은 만고의 진리다.

혹자는 ‘맛’을 추구하는 세계인의 취향이 비슷하니까 현지화만 잘하면 어디서든 승산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말은 쉽지만 결코 만만한 문제는 아니다.

우리가 취두부에 두려움을 느끼며, 외국인들은 삭힌 홍어에 기겁을 하는 것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래서 한국 라면·스낵업계의 외국진출은 신기할 때도 있다. 인스턴트 라면 같은 경우 맛의 기준을 정립시키고 하나로 통일시켰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 라면을 만들어도 한국 라면의 그늘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한국 사람도 먹기 어려운 매운맛이 강한 라면을 어떻게든 먹는 외국 사람들은 ‘화제’축에도 끼지 못한다.

러시아·동남아 등지에서 한국의 과자를 국민과자를 변모시킨 회사들의 노력도 마찬가지다. 소주는 물론 태생이 외국술인 맥주를 본토로 수출시킨 주류회사들 또한 어떠한가.

그럼에도 그들은 늘 위축돼 있다. 가격 인상, 과대 포장, 건강 논란 등으로 매순간 치이고 있어서다.

#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11일만에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그간 안보 중심이었던 한미 동맹을 경제와 공급망, 첨단기술, 기후변화 등의 분야까지 확대하는 ‘포괄적 글로벌 동맹’으로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바이든 대통령을 움직일 수 있게 한 강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삼성과 현대차 같은 대한민국 기업들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신규 반도체 공장을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한다. 테일러 신공장 투자 규모는 17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0조원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해외 투자 가운데 최고 규모다.

미국 대통령 방한에 맞춰 발표된 현대차 그룹의 투자 계획은 모두 105억달러, 우리 돈 약 13조원이 넘는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도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 17조5000억원에 이르는 투자계획을 세우고 있다.

첨단 제품과 기술을 수출하는 이들 기업은 위대하다.

하지만 반도체, 자동차와 같이 양품의 확실한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닌, ‘맛’이라는 기준도 없고 애매모호한 정체를 통해 외국진출을 한 우리 식품·음료·주류 회사들은 경이롭다.

이들이 맛을 통해 해당 국가에 뿌리내린 과정은 반도체와 자동차가 이룩한 업적 못지않다고 확신한다.

식품·음료·주류 회사들의 노력, 타지에서의 ‘맨땅에 헤딩’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한민국 경제를 든든히 받칠 것이다. 그대들을 응원한다. 힘들 내시라.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