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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M&A의 승부사”…최태원 SK 회장의 하이닉스 인수 스토리

③“M&A의 승부사”…최태원 SK 회장의 하이닉스 인수 스토리

기사승인 2020. 05.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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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화학·통신 편중된 수익구조
임원진들 만류에도 ICT 추가 '뚝심'
내수→수출 위주기업으로 체질개선
작년 매출 26조·영업익 2조로 성장
자산 65조원 신화 쓰게된 신의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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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신의 한 수’로 평가받는 하이닉스 인수 성공 사례는 요행이나 운 덕분이 아니다. 반도체에 대한 철저한 공부를 통해 하이닉스 인수가 SK그룹과 시너지를 내고 경쟁력을 가져올 것이란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당시 사업구조 다변화에 절박함을 느끼며 고민했을 최 회장의 모습과 인수효과를 이미지화했다. 2012년 하이닉스 청주공장을 방문한 최 회장(오른쪽)이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 M11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사진1). 같은 해 최 회장이 작업복 차림으로 하이닉스 이천공장 내 구내식당에서 하이닉스 임직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사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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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선경반도체를 설립하고 반도체 산업 진출을 모색했다가 석유파동으로 꿈을 접었던 SK가 30여 년이 지난 오늘 메모리반도체 세계 2위 하이닉스를 새 가족으로 맞았다. SK그룹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중대한 발걸음이다.”

지난 2012년 열린 SK하이닉스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목소리는 떨렸다. 부친인 최종현 선대회장의 못다 이룬 꿈을 34년 만에 이뤄냈다는 생각에 북받쳐 오른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목이다.

SK가 하이닉스를 인수할 즈음은 최 회장의 고민이 깊던 시기다. ‘변하지 않으면 SK의 미래도 없다’는 위기감이 최 회장에게 절박한 심정을 안겨줬다. 당시 SK는 에너지·화학과 통신을 양대 축으로 성장했지만 그만큼 그룹 내 수익구조가 두 개 사업에 편중돼 있었다. 에너지·화학업이 대외변수에 취약하다면 통신업은 로컬 비즈니스 기반이라는 점에서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최 회장이 20~30년 후에도 SK가 존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 빠진 이유였다. 그리고 최 회장이 찾은 해결책은 바로 하이닉스 인수였다.

최 회장은 1년 넘게 반도체 공부를 하며 기본지식을 쌓은 이후에야 하이닉스 인수를 전격 선언했다. 우려도 많았다. 승자의 저주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주변의 만류도 거셌지만 최 회장은 특유의 뚝심을 보여주며 하이닉스 인수를 강행했다. 물론 위험한 도전이었다. 전자·반도체 사업 경험이 없는데다, 최 선대회장이 1978년 선경반도체를 설립하며 반도체사업에 뛰어든 전적이 있지만 3년 만에 철수한 사례도 있었다. 막대한 투자가 지속돼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었다. 오너의 책임 경영이 버팀목이 되지 않았다면 적지않은 리스크를 가진 하이닉스을 인수할 수 없었다.

하이닉스 인수는 최 회장의 ‘신의 한 수’로 평가된다. SK 품에 안긴 하이닉스는 고공성장하며 승자의 저주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룹의 막내에서 이제는 형보다 나은 동생으로 우뚝 섰다는 평가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자산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65조원에 달한다. SK그룹에 편입되기 직전인 2011년 말 17조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네 배 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하이닉스 인수는 SK의 사업 경쟁력을 한층 높였다. 에너지·화학과 통신에 편중됐던 포트폴리오에 반도체 부문이 더해지며 3대 축으로 자리했다. 실적 변동성을 줄이고 위기대처능력을 키울 수 있게 됐다. 특히 사업체질을 바꿔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계기가 됐다. 내수 중심에서 견고한 수출기업으로 탈바꿈했다.

SK의 성장동력으로 안착하면서 수익 극대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인수 후 첫 해에 10조1622억원의 매출과 227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매출 26조9907억원, 영업이익 2조7127억원까지 성장했다. 반도체 불황이라는 악재로 2018년 대비 실적이 부진했음에도 주요 계열사 중 영업이익이 월등히 높다. 기업가치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11년 16조원 규모였던 시가총액은 어느덧 60조원에 달한다. 시가총액 순위도 13위에서 이제는 2위 자리에 안착했다.

채권단 관리를 받아온 하이닉스가 빠른시간에 성장한 건 최 회장의 물신양면 지원 덕분이다. 인수 결정부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최 회장은 하이닉스 인수가 확정된 이후 이천공장을 직접 방문해 대면 소통에 신경을 써왔고, SK하이닉스의 경영방향을 제시할 정도로 스킨쉽 경영에 나섰다.

특히 하이닉스는 과거 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흡수합병한 적이 있던데다 SK에 인수되기 전 약 10년간 산업은행의 관리 하에 있었던 만큼 기업문화 개선을 통한 정체성 확립이 급선무였다. 최 회장이 직접 SK하이닉스 임직원들과의 스킨십 경영에 나서며 SK의 기업문화 전파에 나선 것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최 회장은 작업복 차림으로 공장을 방문, 임직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기도 했고 저녁에는 240여 명의 직원들과 호프집에서 만나는 ‘맥주 소통’에 나서기도 했다.

맥주 소통은 맥주를 마시며 하나가 되자는 취지로 최 회장이 직접 제안한 이벤트였다. 4개의 호프집을 빌려야 할 만큼 대규모 인원이 모였다. 최 회장은 ‘회장님’을 연호하는 직원들을 위해 맥주 한 잔을 들이킨 후 “여러분 사랑합니다”고 화답했다. 직원들은 최 회장 입에 안주를 직접 넣어주거나 팔짱을 끼고 함께 사진을 찍는 등 편안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미리 준비한 태블릿PC에 최 회장의 사인을 받는 직원도 등장했다. 두 번째, 세 번째 호프집에서도 열기는 식지 않았다. 예상 마무리 시간이었던 10시를 훌쩍 넘긴 10시 30분에서야 최 회장은 네 번째 호프집에 들어설 수 있었다. 최 회장은 마지막 호프집에서도 테이블을 일일이 돌면서 맥주를 마셨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주목할 것은 SK하이닉스 인수 후 보여준 최 회장의 용인술이다. SK에서 새로운 인물을 하이닉스에 투입시키기보다는 내부 인재를 등용해 전문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현재 SK그룹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 ICT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이 대표적이다. 하이닉스 전신 현대전자에 입사한 정통 ‘하이닉스맨’이었던 박 부회장은 2013년 대표에 선임되며 6년간 SK하이닉스를 이끌었다. 박 부회장이 오랜 기간 SK하이닉스를 이끌 수 있던 건 반도체 분야의 탁월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성장을 견인해 온 박 부회장에 대한 최 회장의 신임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회장의 뒤를 이은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역시 현대전자에 입사했다가 인텔, 한국과학기술원 전자공학과 교수 등을 거친 반도체 전문가다. 전문성을 중요시하는 최 회장의 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최 회장의 든든한 지원 아래 반도체에 대한 대규모 투자도 이뤄졌다. 2016년 OCI머티리얼즈(SK머티리얼즈) 인수에 이어 일본 소재기업과 손을 잡고 SK트리켐과 SK쇼와덴코 등을 설립했다. 한유케미칼 인수, LG실트론(SK실트론) 인수, 듀폰 차세대 웨이퍼 실리콘카바이드(SiC) 사업부 인수 등으로 반도체 사업 확대에 시동을 걸었다.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연구개발(R&D) 비용은 2011년 8338억원에서 매년 증가해 지난해에는 3조1885억원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가 확정되면 2022년 이후 12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팹(FAB) 4개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천 M16 구축과 연구개발동 건설 등에 10년간 20조원을, 청주 M15에는 10년간 35조원을 각각 투자할 계획이다.

최 회장의 대규모 투자는 지역사회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지난 2013년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을 계획할 때에는 지역사회 반대에 부딪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투자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도 많아졌다. 고용률 상승 등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SK 관계자는 “하이닉스 인수 이후 대규모 투자와 R&D를 통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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