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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따로 또 같이” SK의 자율책임 경영

④ “따로 또 같이” SK의 자율책임 경영

기사승인 2020. 05.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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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최태원, 지나온 22년 함께할 22년]
SK 2세, 협력·양보·우애의 '사촌경영' 언제까지?
최태원-최창원 양 축...한 우산 아래 경쟁과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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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최종현 선대회장의 작고 이후 SK의 2세들은 “뭉쳐야 산다”는 일념 하에 외환위기, 소버린 사태 등 그룹의 운명을 좌우할 위기를 대처하며 SK그룹을 재계 3위의 기업으로 키웠다. 잡음 없이 이어온 SK의 ‘사촌경영’은 재계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모범 사례로 꼽힌다. 그래픽은 ‘협력·양보·우애’로 정의되는 최태원 SK 회장(왼쪽)과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의 사촌경영을 이미지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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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을 중심으로 단합해야 한다.”

1998년 故최종현 SK 선대회장 작고 이후 故최종건 창업회장의 아들인 최윤원, 최신원, 최창원과 최 선대회장의 아들 최태원, 최재원 등 최씨 일가 5형제는 ‘누가 SK를 이끌어 갈 것인가’를 논의하기 위해 가족회의를 열었다. 당시 장남이었던 故 최윤원 SK케미칼 회장은 가족회의에서 부사장이었던 최태원 SK 회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자칫 사촌간 지분경쟁을 벌이거나 경영권과 관련한 불협화음이 나오는 모습이 외부에 노출 될 경우, 그룹의 존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게다가 SK를 성장시킨 최 선대회장의 맏아들 최태원 회장이 승계를 받아 사업의 연속성을 유지해야한다는 뜻도 반영됐다. 가족회의는 만장일치로 끝났다. 누구 하나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한 승계 구도에 토를 달거나 의심하지 않았다.

사촌간의 믿음은 2003년 외국계 투기 자본의 공격을 받았던 소위 ‘소버린 사태’에서 빛을 봤다. 사촌간에 합심을 통해 경영권을 잃지 않고 SK그룹을 지킬 수 있었다. 소버린 사태란 2003년 글로벌 투기펀드 소버린이 경영권 탈취를 목적으로 그룹의 지주회사인 SK의 지분을 매입한 사건이다. 당시에도 SK 2세들은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모였다. SK는 최태원, 최재원, 최신원 등 SK 계열의 우호 지분을 모아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위기를 돌파하며 SK 2세들은 더욱 끈끈해졌다. 서로의 이익을 위해 가족회의에서 어느 한 명이라도 양보하지 않았다면 이미 소버린 등에 경영권을 빼앗겨 현재의 SK는 존재하지도 않았을 터였다.

최태원 회장은 2018년 약 20년간 형제간 갈등없이 자신을 지원해준 사촌들에 통 큰 보답도 했다. 그는 “20년간 형제 경영진들이 하나가 돼 저를 성원하고 지지해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SK그룹 성장은 없었을 것”이라며 형제들에 먼저 약 9200억원 규모의 지분 증여를 제안했다. 이에 따라 최태원 회장은 최윤원 회장 가족에게는 49만주를,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과 그 가족들에게는 83만주를 각각 증여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SK의 사촌경영은 ‘협력·양보·우애’로 정의된다. 최 선대회장 작고 이후 SK 2세들은 ‘협력’을 통해 SK를 지금의 재계 3위 자리로까지 키웠다. 이 과정에선 ‘양보’의 미덕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룹 경영권이 최태원 회장에게 승계되도록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 수석부회장과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은 지분 상속을 포기했다. 이후 2018년 말 최태원 회장은 친지들에게 지분을 증여하며 ‘우애’를 보여줬다. SK그룹 회장 취임 후 20년간 잡음 없이 경영할 수 있게 도와줘 고맙다는 의미에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SK그룹은 ‘따로 또 같이 3.0’ 경영 철학 아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따로 또 같이’는 오랜 시간 SK그룹에 따라 붙은 수식어로, 이를 통해 SK그룹은 계열사의 자율 경영을 독려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촌경영’ 체제를 통해 따로 또 같이 경영을 고도화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그룹 역량을 한데 모으기 위해서는 사촌 간 협력과 화합이 중요하다는 최태원 회장의 판단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SK는 위기 때마다 따로 또 같이 경영 체제를 정비하며 지금의 자율 책임 경영 환경을 만들어 왔다. ‘따로 또 같이 1.0’이 나온 2002년은 1998년 발생한 IMF 외환위기의 불안감이 아직 남아있고 혼란스런 상태였다. 2002년 당시 최태원 회장 등 최고경영진이 참여하는 CEO세미나에서는 이를 이겨내고 관계사의 생존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강도높은 기업생존 조건을 내걸었다. 설령 이익이 나더라도 기업가치가 파괴되는 계열사는 정리시킨다는 것이다. 이처럼 따로 또 같이 1.0은 SK의 지속 가능한 가치 창출을 목표로 탄생했다.

이어 SK그룹은 글로벌 기업 소버린과의 지분싸움에서 경영권을 방어한 후 재정비를 위해 2007년에는 ‘따로 또 같이 2.0’을 외치며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당시 우리나라 재계에 몇 없던 지주사 전환이었다. 그러나 관계사들이 지주회사에 의존하는 현상이 발생하자 2013년 ‘따로 또 같이 3.0’을 선언해 관계사 자율경영과 의사결정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현재의 따로 또 같이 3.0 경영을 얘기하기엔 최태원 회장과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간의 ‘사촌 경영’을 빼놓을 수 없다. SK의 따로 또 같이 경영 체제가 확고해지고 사촌 경영이 선명해진 것은 2017년 말 SK디스커버리가 지주회사로 전환되고 최창원이 부회장직을 맡으면서다.

현재 최태원 회장과 최 부회장은 각자를 지주회사를 운영 중에 있다. 최 회장은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SK하이닉스와 바이오 등을 주력으로 하고 있고 최 부회장은 SK가스와 SK케미칼 중심이다. 자율 경영 책임 하에 SK의 두 지주사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SK디스커버리의 지주사 전환 전과 후의 영업이익 추이를 살펴보면 2017년 821억원에서 2018년 1000억원, 2019년 1739억원으로 상승세다.

SK디스커버리 관계자는 “최근 3년간 실적 상승은 지주사 체제 전환이 성공적으로 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지주사 전환 이후에 최 부회장 체제하에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촌간 경영 스타일도 확연히 다르다. 최 부회장은 1994년 경영기획실장으로 당시 선경그룹(현 SK그룹)에 첫 발을 내디뎠다.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에 뛰어나다는 평이다. 다만 부회장직에 있으면서도 공식 석상에는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일례로 공식 프로필 사진을 마련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공개적인 홍보도 삼가는 스타일이다. 이는 최태원 회장이 SK그룹을 이끄는 총수이기 때문에 ‘그림자 경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SK의 사촌경영이 불협화음과 잡음없이 굴러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SK와 SK디스커버리는 미래 먹거리 사업인 제약·바이오 분야를 두고 사촌 간 따로 또 같이 선의의 경쟁 중이다. 최태원 회장은 SK바이오팜, 최 부회장은 SK내 제약 원조격인 SK케미칼을 이끌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SK바이오팜에서 화학합성신약연구에 주력하고, 최 부회장은 SK케미칼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백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SK 2세 중 맏형인 최신원 회장의 ‘카리스마’도 사촌경영이 문제 없이 이어질 수 있었던 요인이다. 앞서 최신원 회장은 SK 분가설이 나올 당시 “그룹분가는 시기상조”라며 “여건도 성숙치 않았는데 무슨 그룹 분가냐”라고 일축 한 바 있다. 이처럼 뭉쳐야 산다는 마인드로 재계 3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모습은 재계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총수 역할로 SK그룹 전체를 리드 하고 있다”며 “따로 또 같이 사촌경영을 통해 SK 2세 네 명이 우애 깊게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점은 재계에서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SK 2세는 SK라는 ‘한 우산’ 아래 따로 또 같이 경영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약 20년간 협력·양보·우애를 통해 지켜온 사촌경영은 상당기간 SK의 경영방침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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